경기 리뷰

22/23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리버풀 : 레알 마드리드 리뷰

너진짜별로야 2023. 2. 25. 13:37

침묵한 안필드와 빛나는 전광판.

작성일 기준 사흘 전 새벽에 안필드에서 열렸던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은 원정팀 레알 마드리드의 2-5 대역전 승리로 끝났다.

소위 말하는 축구적인(전술, 경기 양상 등) 내용은 필자보다 탁월히 설명하는 이들이 차고 넘치기에 굳이 리뷰하지 않을것이다. 대신, 경기를 보며 느낀 흥미로운 요소들을 리뷰해보려 한다.

1. 원정팀의 무덤에 울려퍼진 원정팀의 함성

 

환호하는 마드리디스타들!

안필드는 원정팀의 무덤 격으로 불리는 구장이다. 그런 구장을 마드리디스타들의 함성이 뒤덮었다. 2:0으로 지고있을 때에도, 5:2로 역전했을 때에도 변함없이 마드리드를 응원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안필드에 울려 퍼지던 각종 레알 마드리드 응원가들의 종류를 구별해내는 재미가 생길 정도의 열기였다.

여담으로, 마드리디스타들은 경기 종료 후에, 교체되는 벤제마와 모드리치에게 기립박수를 하며 경의를 표한 현지 콥들에게 존중을 표하는 구호를 외쳤다. 정말 역대 최고의 팀에 걸맞는 최고의 매너를 지닌 팬들이 아닐수가 없다.

2. 눈이 즐거운 경기, 귀는 즐기지 못한 해설

 

전반 21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환상적인 득점 장면

수준 높은 경기와 달리, 수준 낮은 해설이 정말 아쉬운 경기였다. 한국인이기에 스포티비에서 장지현 위원님과 윤장현 캐스터께서 중계하는 경기를 시청했다. 한준희 위원님과 함께 국내 최고의 해설위원으로 칭송받는 장지현 위원의 해설이 왜 수준이 낮았나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평소 라리가를 시청하는 마드리디스타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경기 내외로 사전 준비와 부연 설명의 수준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만시오 아마로 레알 마드리드 명예회장. DEP LEYENDA🤍

몇가지 예시를 들겠다. 경기 시작 수시간 전, 레알 마드리드의 레전드 선수이자 명예 회장직을 맡고 있던 아만시오 아마로가 사망했고, 킥오프 직전에 양팀은 그를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가졌으나, 해설진은 이를 처음엔 튀르키예와 시리아에 일어난 지진에 대한 묵념이라 설명했고, 후에 급히 아만시오 아마로 명예회장을 언급했으나 두번의 언급 모두 이름을 틀리게 읽는 모습도 보였다.

산타아고 솔라리, 알바로 아르벨로아, 호베르투 카를루스. (아르벨로아는 경기장엔 없었음.)

또, 경기 중간에 관중석에 앉아있는 몇몇 마드리드 레전드들이 카메라에 잡혔다. 현재 구단에서 각각 앰배서더와 디렉터 직을 맡고있는 호베르투 카를루스와 산티아고 솔라리가 카메라에 잡혔음에도 불구하고 언급된 쪽은 더 유명한 선수인 카를루스 한명뿐이었고, 그저 관중석에 팬으로서 경기를 보러 왔다는 듯한 뉘앙스의 짤막한 언급뿐이 있었다. 이외에도 경기 내내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정신이나 선수들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단 느낌을 받았다.

준희옹…그립습니다ㅜㅜ

물론 해설위원분들이 잘못된 해설을 했다는건 아니다. 단지 레알 마드리드 경기를 더 자주 중계했던 한준희 위원님이 생각날 뿐이었다. ‘준희옹이라면 아만시오옹을 제대로 언급해줬을텐데… 준희옹이라면 솔라리까지 찝어서 이들의 직책까지 언급해줬을텐데… 준희옹이라면 후아니토 정신, 마드리드의 역사도 언급해줬을텐데… ’ 여러모로 한준희 위원님이 자꾸 생각나서 더욱 아쉬웠던 해설이었다.

3. 원숭이도 가끔은 나무에서 떨어진다?

 

티보 쿠르투아와 알리송 베케르. 니들은 잘할줄 알았지..

이 경기의 초중반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마 양 팀 골키퍼들의 치명적인 실책이었을거다. 마드리드의 티보 쿠르투아와 리버풀의 알리송 베케르는 각각 세계 최고중 하나로 불리는 키퍼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치명적 실수가 더더욱 흥미롭게 다가왔다.

현타온 쿠르투아.

전반 14분경, 쿠르투아는 빌드업 과정에서의 볼 터치 미스로 골대 앞에서 압박해오던 리버풀의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에게 공을 헌납하고, 살라는 그대로 점수를 2:0으로 만드는 골을 기록한다.

쿠르투아의 기운을 받은것일까 제라드의 악령이 씌인 것일까… 전반 34분경 알리송은 빌드업 과정에서 한 패스가 때마침 압박해오던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발에 맞았고, 공은 환상적인 궤적으로 골대로 빨려들어갔다. 이로 인해 점수는 2:2로,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레알 마드리드가 5:2로 경기를 승리하며 쿠르투아의 실수는 묻혔고, 알리송의 실수는 부각될것 같았으나 워낙 충격적인 경기 결과때문에 역시 묻히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세계 최고의 키퍼들의 실수는 정말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호날두 따라하는 비닐신

이정도면 나만의 경기 리뷰로는 충분한것 같다. 앞서 언급했듯이 축구 내적으로 전문적인 리뷰보단 친근한 리뷰를 하는게 목표이며, 앞으로 올라오는 리뷰 글에서도 그런 포인트들을 다룰 것 같다.

부족하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앞으론 글 좀 더 자주 올리겠습니다… 암튼 감사합니다!!